캄보디아 2/27
등록일 : 2026-03-18   |   작성자 : 이지훈   |   조회 : 5

오늘의 나는 그 아이들에게 어떤 사람이었을까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기를 작성하면서 우연히 든 생각이다.

오늘의 나는 유난히 특별했던 것 같다.

아이들의 마음 속 감정과 생각이 나의 감정보다 더 우선시 되었다.

그 아이들에게 잠시나마 내가 큰 나무가 되어주고 그늘이 되어주었다면 뿌듯한 하루를 보낸 것 아닐까... 어린 시절부터 할머니는 나에게 큰 나무가 되라고 말씀을 주셨는데 오늘이 되어서야 그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무는 아낌없이 베풀 때 더 거대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오늘은 나의 생일임과 동시에 캄보디아에서 마지막으로 봉사를 한 날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니 생일이라는 설렘보다는 오늘의 아이들은 어떤 모습을 띄고 있을까라는 궁금증과 설렘으로 내 머리 속이 휘감아졌다.

지난 3일동안 다양한 아이들이 나에게 사랑을 알려주고 전해주었듯 오늘은 나도 그 사랑을 다른 이들에게 나누고 싶었다.

잠시 지뢰피해자마을에서의 이야기 이후의 사건으로 넘어가보자면 난 대표님과 함께 작은 보트를 타고 수상가옥 마을을 감상하였다. 다양한 이야기들을 대표님과 주고받다가 플라톤의 철인정치에 관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내가 바라보는 가장 이상적 세계는 어디일까 고민하게 되었고 끝내 나의 이상적 세계를 캄보디아 속 투영된 삶 속에서 찾아 낼 수 있었다. 가장 이상적인 세계는 결국 가장 행복감을 크게 느끼는 곳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나만의 이상적 세계는 사랑이 메마르지 않는, 모든 삶이 사람들의 사랑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띄는 세계인 것 같다. 나의 이상적 세계를 이 세상에 전파하기 위해서는 나부터 사랑을 만들고 나눠야 하는 것 아닐까. 그리고 오늘의 나는 그 사랑을 나만의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잘 전달한 것 같다.

난 사람들의 눈빛에서 그들만의 고유의 힘이 나온다고 믿는 부류의 사람이다. 그렇기에 어릴적부터 사람들의 눈빛을 잘 읽고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했다. 나의 판단에 그리 큰 오차범위가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게 꼭 옳은 방법이 아닌 건 알지만 나의 빅데이터로 다져진 내공에 오류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오늘 아이들의 눈빛을 보고 많이 당황했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치부를 숨기고자 하는 동공이 존재하는데 내가 지뢰피해자마을에서 만난 그 두명의 아이들의 눈빛은 물보다도 투명한 색을 지녔다. 그리고 그 눈들은 그들이 바라보는 사물에 따라 새로운 색을 띄며 빛을 냈다. 사랑으로 커간 그들의 눈빛에는 나는 결코 범접할 수 없는 강한 힘이 존재했다. 빛나는걸 뛰어넘는 신성한 눈빛을 마주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나 자신을 숙이고 그들에게 다가가야만 했다. 사랑으로 가득한 그들의 눈빛에 흠집을 내어서는 안됐다. 서로가 소통하기 위해서, 서로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서로의 눈높이를 맞추는 자세가 매우 중요했다. 그렇게 난 그들의 방식으로 그들의 놀이에 동참하였다.

내 땀이 뚝뚝 바닥에 떨어질때면 나와 함께 신나게 놀던 그 아이들도 내 모습을 보고는 나를 의자로 안내한다. 그러고는 나를 의자로 밀친다. 나는 털석 의자에 주저앉는다. 그러고는 내 머리카락을 손으로 치워주고는 계속해서 나에게 부채질을 해준다. 그들 역시 더울텐데 나를 더 챙겨주는 모습이 참으로 고마웠다. 그러고는 고마운 마음을 전해주고자 꼭 안아주었다. 내 땀이 다 마른 후에는 갑자기 후다닥 달려가 무언가를 가져온다. 자세히 보니 물이다. 뚜껑을 열어 나에게 건내주는데 내가 그걸 마실 자격이 있는지는 아직도 잘 알지 못하겠다. 열악한 환경과 조건 속에서 사랑만큼은 그들의 삶 속 메마르지 않았다. 사랑만큼은 그들의 삶 속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매김 하였다.

나와 함께 감정을 공유했던 그 모든 아이들에게 있어 내가 흘린 땀방울들이 그들의 삶 속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기쁜 추억으로 남길 기도한다. 내가 웃는 만큼 아이들도 웃는다. 나의 힘이, 나의 눈빛이 그들에게 전달되어 그들이 언젠가 큰 나무가 되는데 도움을 준 영양분이 되길 바란다. 

주는 삶이 받는 삶보다 행복하다.

주는 삶이 자신을 능동적 존재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삶은 자기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한다.

나와 함께 땀을 흘린 그 모든 아이들을 떠올리며 열정을 다하다 보면 언젠가 난 이상적 세계를 개척해 나갈 것이다.

아이들이 준 카드를 내 가방 속 주머니에 고이 간직해 한국으로 돌아갈 짐을 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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