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4일차
등록일 : 2025-11-11   |   작성자 : 전민서   |   조회 : 4

 첫째 날에는 다일 공동체에서 향 누나와 함께 아이들의 머리를 감겨주는 위생 봉사를 했다. 아이들과 직접 닿는 일이었기 때문에 책임감도 크고 부담감도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향 누나와 요리 봉사를 하게 됐는데, 아이들을 직접 만나지 않는 데다 평소에도 요리를 자주 해서 그런지 훨씬 편하게 할 수 있었다. 반죽도 섞고 마늘도 까면서 몸도 마음도 여유가 있었다.

 향 누나와 함께 봉사하며 느낀 건, 누나와 나의 관심사가 꽤 겹친다는 점이었다. 과학 이야기나 쓸모없는 잡지식들을 좋아하는 것도 비슷해서 대화를 나눌 때 자연스럽게 몰입된다. 다만 성격은 꽤 다르다. 누나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눈치를 보며 쉽게 하지 못한다. 오히려 성격이 닮은 사람은 스네자나에 더 가깝다. 스네자나도 어떤 것에 집착하는 면이 있는데, 그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향과 닮았다. 하지만 둘의 큰 차이는 에너지의 표출 방식이다. 스네자나는 몸을 쓰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타입이고, 나는 대화를 통해 에너지를 풀어낸다.

 나와 에너지 쓰는 방식이 비슷한 친구는 하진이다. 우리는 둘 다 말로 놀고 토론하는 걸 좋아한다. 어제도 밤 12시 넘어서까지 가치관에 대해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하진과 나는 가치관이 꽤 다르기 때문에 할 얘기가 끝없이 나온다.

 내 가치관과 비슷한 사람은 요한 형이다. 신학, 과학, 자연 같은 분야에서 입장이 비슷해서 말이 잘 통한다. 그렇지만 행동 양식은 다르다. 형은 운동하고 움직이는 걸 좋아하고, 나는 앉아서 뭔가 만들거나 쉬는 걸 더 좋아한다. 이런 점은 향 누나와도 닮았다.

 이렇게 나와 함께한 사람들을 비교해본 이유는, 여기 와서 인간관계와 정체성에 대해 가장 많이 느꼈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각자의 정체성이 있고, 그 안에는 공통점도 있고 차이점도 있다. 그런데 예전의 나는 공통점을 찾지 못한 채 일부 다른 점만 보고 사람 전체를 오해하곤 했다. 그래서 쉽게 거리를 두거나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캄보디아에서 함께 먹고 자고 지내며 공동체 생활을 하다 보니, 나와 다르게 보이던 사람들과도 관계를 맺고 협업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사실 학교에서는 조용한 역할이라 이런 경험이 많지 않았는데, 여기서는 공동체 속에서 연결되는 법을 연습하고 성장한 것 같다.? 

다음글
국회 탐방 및 정치인과 대화 2025-11-12
이전글
캄보디아 2일차 2025-11-11

게시물 수정/삭제

  • - 게시물 열람 및 수정/삭제 메뉴 입니다.
  • - 글 작성시 입력하신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주세요!
비밀번호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