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을 나와 우리는 앙코르와트로 향했다. 입장 티켓에 얼굴 사진이 함께 찍혀 나오는 것이 조금 신기하게 느껴졌다. 이동할 때는 툭툭이를 탔는데, 영상에서 보던 모습과 달리 생각보다 빠르게 달렸고 길의 울퉁불퉁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동안, 이 도시의 풍경이 마지막 장면처럼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앙코르와트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웅장했다. 12세기에 세워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돌에 새겨진 조각들은 정교했다. 벽면을 따라 이어진 수많은 부조들은 마치 한 편의 긴 이야기처럼 이어지고 있었다. 건물의 외벽뿐만 아니라 기둥 하나하나에도 세심한 손길이 남아 있었다. 오래전 사람들이 남긴 흔적이 지금까지 이어져 있다는 사실이 묘한 경이로움으로 다가왔다.
예전에 가족과 함께 보았던 다큐멘터리에서 이곳을 본 적이 있었다. 화면 속에서 보던 장면과 실제로 눈앞에 펼쳐진 풍경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직접 그 공간에 서 있으니, 그 시대 사람들의 시간과 마음이 아주 멀리서 조용히 전해지는 것 같았다. 이어서 방문한 다른 사원들도 각각 다른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어떤 곳에서는 거대한 나무의 뿌리가 사원을 감싸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시간과 자연이 함께 만들어 낸 조각처럼 보였다. 마지막 사원은 많이 부서져 있었지만, 남아 있는 부처의 얼굴에는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가 담겨 있었다. 그 앞에 서 있으니 마음이 자연스럽게 차분해졌다.
처음 캄보디아에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낯선 나라라는 생각에 조금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보낸 시간은 예상과 전혀 달랐다. 캄보디아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나라였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따뜻한 미소를 잃지 않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곳이었다.
돌아보면 이번 경험은 단순한 여행이나 봉사가 아니라 하나의 배움의 시간이었다. 만약 이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 그리고 느끼지 못했을 생각들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이 시간을 선택했던 과거의 나에게 조용히 고맙다는 말을 건네고 싶다.
